James Bond, the Stealth Affair (제임스 본드, 스텔스 어페어)

James Bond, The Stealth Affair
원제 : Operation Stealth

stealth_affair.jpg
스크린샷: http://www.mobygames.com


장르: 어드벤처
사양: PC / DOS, XT
만듬: Delphine Software International
펴냄: Interplay, 1990
2001. 7. 8. saysix

 

이안 플레밍 원작의 ’007 제임스 본드’는 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극영화 시리즈이다. 사람들이 오락 영화에서 즐기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철저히 계산하여 입맛에 딱 맞게 만들어 낸 맞춤 요리와도 같은 작품으로,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화제를 불러모으곤 했다. 화려한 액션, 요염한 미녀, 언제나 승리하는 정의, 그리고 해피 엔딩으로 요약되는 스토리(네러티브) 구조는 별 고민없이 한바탕 즐길 수 있는 장르 액션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나중에는 007이 나온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흥행을 보증하는 대단한 캐릭터 상품으로 발전하였다.

‘제임스 본드, 스펠스 어페어’는 우리에게 ‘다크 스톤’, ‘리틀빅 어드벤처’ 등의 제작사로 알려진 ‘델핀 소프트웨어’ 작품으로, 007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어드벤처 게임이다. 따라서 게임 곳곳에 원작 특유의 흥행 요소들이 버무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게 잡고 진지하게 내용을 이끌어가기보다는 재미있게, 그리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말이다. ‘루카스 아츠’의 작품들 같이 뒤죽박죽 황당한 경우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유머와 재미있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원작이 마초 영화인만큼 본드 걸도 나온다.

이 작품은 유럽에서 ‘오퍼레이션 스텔스’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는데, ‘인터플레이’가 미국 내에 유통하면서 위와 같이 제목을 바꾸었다.

■ 도난당한 스텔스기를 찾아라

미국 국방부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폭격기를 도난당한 후 비상 근무에 돌입한다. 스텔스 폭격기가 과격 테러 단체에게 넘어갔을 경우,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을 눈치 챈 러시아 등 외국 정부들까지도 스텔스기를 손에 넣으려 치열한 첩보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 CIA는 남미 어느 도시에서 스텔스기가 목격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한시라도 빨리 스텔스기를 되찾기 위해 CIA는 유능한 첩보원인 007 제임스 본드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그리하여 제임스는 여행 가방을 챙겨 비행기를 타고 열대림이 우거진 남미의 도시로 향한다. 하지만 미국인을 싫어하는 현지인들의 정서 때문에 공항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 독특한 인터페이스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깔끔한 그래픽과 함께 팝업 메뉴로 아이템과 행동을 관리하는 독특한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게임을 진행하다보니 나름대로 합리성과 효율성을 느낄 수 있었다. 마우스 왼쪽 클릭과 오른쪽 클릭에 각각 다른 기능을 부여하여 팝업 메뉴의 세부를 다룰 수 있게 한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기본적으로는 마우스 포인트 클릭 방식의 그래픽 어드벤처이지만, 델핀 특유의 독창성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 쉽고 재미있는 진행, 그러나…

어드벤처 게임 치고는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퍼즐이 복잡하거나 황당한 경우도 별로 없고, 대개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게임 진행이 빠른 편이다. 곳곳에서 아케이드 액션 부분을 만나기도 하지만 별로 어렵지 않아 가뿐하게 즐길 수 있는 정도이다. 자칫 정적으로만 흐를 수 있는 어드벤처 장르의 특성상 게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별 생각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소품이라는 원작의 컨셉에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여기에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게임 특유의 유머가 곁들여져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만만하기만 한 게임은 아니었으니…

주인공이 툭하면 죽는다.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 안에 특정 행동을 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짜증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새로운 장소로 이동할 때마다 놓여진 물건들이나 상황을 파악하여 다음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빠듯하다보니 주인공이 죽기 일쑤이다. 결국 세이브 로드를 반복하면서(몇 번씩 공연한 죽음을 맞아가면서) 그 장소의 상황을 파악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이제 상황 파악이 끝났으니, 퍼즐을 풀어야 한다. 여기서 또 수도 없이 죽어 보아야 한다. 특히 게임 뒷부분에 가면 시간과 투쟁하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장르가 바뀌고 만다.

픽셀 헌팅, 또는 도트 찾기라 불리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마이너스 요소다.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된다. 필수 아이템이 화면 상 도트 하나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한 말이지만 못보고 지나치면 나중에 재앙이 되곤 한다. 고생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화면이나 장소를 만날 때마다 마우스 포인터로 도트 하나하나를 훑어 보아야만 한다. 이 무슨 한심한 노가다인가? 이걸 반복하다 보면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만다.

게다가 한번 지나치면 다시는 그 장소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거나 아이템을 얻지 않고 넘어갔을 경우 진행 불가 상태에 빠져 버릴 테니까. 이래저래 픽셀 헌팅의 중요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방법은 각 장면 하나하나마다 세이브 파일을 만들어 두었다가, 진행이 막혔을 때 다시 불러들여 빠진 행동이 없었나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이런 몇 가지 단점들이 게임이 갖고 있던 장점들을 많이 상쇄시켜 버렸다. 아쉬운 점이다.

■ 글을 마치며…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영화 007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방법이라든지, 인물들의 설정 등에서 영화와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담배갑에 넣어놓고 다니는 담배 모양의 미사일이라든지, 특수한 기능을 가진 펜 등, 스파이용 특수 장비들을 아이템으로 사용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특수 장비들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패키지 매뉴얼을 참고해야 한다. 게임 내에서는 그 기능과 사용법에 대한 설명이 따로 나오지 않는데, 이를 모르면 아이템 사용이 힘들어진다.)

델핀사는 어드벤처 게임으로 이 작품 외에도 ‘미래 전쟁(Future War)‘과 ‘지중해 살인 사건(Cruse for a Corpse)‘을 만들었다. 이들은 모두 어드벤처의 명가인 루카스 아츠나 시에라와는 또다른 느낌을 주는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었다. 요즘에는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지 않고 있는데, 어드벤처 게임의 팬으로서 좀 아쉬운 부분이다. 그들이 보여준 독특한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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