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사이

오랜만에 라디오를 켰다.

단조롭게 받쳐주는 피아노를 타고 현이 흐른다. 처음 듣는 곡이지만 어느새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눈을 감았다.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어떤 밀도 높은 울림 또는 공명. 어느새 바깥의 소리는 사라지고 나는 조용히 몸을 바로 세운다. 좋은 느낌이다. 나는 아직 살아갈 날이 길다고 믿는다. 마음 속에 믿는 그 길이만큼 넓은 공간이 있어 음악이 울림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남은 수명이 며칠 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것을 안다면, 그래도 나는 이런 공명을 느낄 수 있을까? 마음 속에 그 길이만큼 좁아진 공간으로, 울림을 얻지 못한 음악은 거칠고 성마른 마찰음 정도로 떨어져 버리지 않을까?

불과 2-3분만에 음악은 끝났다. 연주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스위치를 올렸나 보다. 어떤 남자가 나와서 이 곡은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중 다섯 번째 곡이라고 말한다.

4 Responses

  1. CultBraiN | 2008-05-19 at 2:18 pm

    크… 왠지 포스팅이 있을 것 같다는 직감에 들러보니 역시 있었군요.
    시를 적어놓으셨네요.^;;

    시크릿을 읽어보고 (책에선 돈얘기만 나오는거 같지만;;) 믿음은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saysix님도 믿음만큼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
    비염으로 20년간 고생했는데…
    이젠 보험 민영화이전에 병원에 가야겠지요

  2. saysix | 2008-05-21 at 10:46 pm

    이런저런 일로 쫓기듯 바쁘다 보니 잠깐의 여유 시간도 느낌이 진하네요. 빨리 정상 생활을 되찾아서 게임도 하고 블로그질도 하고 그래야 할 텐데 말이죠.

    비염이라면 대개 알레르기 증상도 같이 있기 마련이라서 오래 치료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어서어서 서두르셔야겠네요.

  3. zwei | 2008-06-21 at 1:30 am

    이게 얼마만의 업뎃이십니까. ㅠ.ㅠ

  4. saysix | 2008-06-25 at 11:05 pm

    정말 얼마만의 업뎃이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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