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Wars (미래 전쟁)

Future Wars
원제: Les Voyageurs du Temps

Future Wars
스크린샷: http://www.mobygames.com


장르: 어드벤처
사양: PC / DOS, XT
만듬: Delphine Software International
펴냄: Interplay, 1990 (미국)
2003. 7. 5. saysix

 

시에라와 루카스아츠, 어지간한 어드벤처 팬이라면 두 회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1990년을 전후하여 한창 꽃을 피웠던 그래픽 어드벤처는 바로 저 두 회사가 처음 기초를 다지고 골격을 세워 완성에까지 이르게 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어드벤처 게임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래서 게임이라는 취미를 좀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올드 팬이라면 누구나 이 장르에 대해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을 조금씩은 갖고 있다.

그렇게 전 세계 PC 게임 시장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을 그 무렵, 아직은 변방이라 할 프랑스의 델핀사에서 새로운 어드벤처 게임을 내놓았는데, 이 장르의 처녀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호평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바로 ‘미래 전쟁’,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임이다.

■ 운명을 바꾼 호기심

게임이 시작된 뒤 첫 화면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궁금하여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대 보면 영웅(Hero)이라는 글자가 뜬다. 영웅이라…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고층 빌딩 밖에서 유리창을 닦고 있다. 잠시 후 창문 하나가 열리고 고용주인 듯한 사람이 얼굴을 내미는데, 아까부터 어쩐지 어리버리해 보이던 주인공은 마침 물통을 엎지르고 만다. 한차례 쏟아지는 욕설에 흠뻑 목욕을 하고 마는 우리의 영웅. 한없이 비참하다. 도대체 영웅적인 면모를 찾아볼 수가 없는데… 이미 이런 일은 흔하게 겪어온 모양인지 욕을 아무리 먹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표정이다. 그저 고용주가 열어두고 사라진 창문에만 호기심을 느낄 뿐. 그 호기심이 어떤 결과를 이끌고 올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 스페이스 퀘스트의 아류?

평범한 청소부였던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영웅으로 수직 상승하는 이야기 구조는 같은 SF 장르라는 점에서 시에라사의 86년도 작품 스페이스 퀘스트를 연상시킨다. 말하자면 스페이스 퀘스트의 모티프를 따 와서 개량 발전시킨 아류작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렇게만 단정짓는다면 미래 전쟁 개발진들이 또 좀 억울해 할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닮은 듯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서로간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89년에 아미가(Amiga, 8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컴퓨터. 성능면에서 당시의 IBM과 Mac 시스템을 압도했었다고 한다) 버전으로 처음 발표된 미래 전쟁은 그 동안 흐른 세월 탓인지 기술적으로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큰 차이점은 다른 데에 있다.

스페이스 퀘스트가 유머를 중심에 두고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연결 고리로 스토리를 이용했다면, 미래 전쟁은 상대적으로 스토리의 짜임새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술 방식을 살펴 보아도 그렇다. 엉뚱한 도약이나 단절 없이 물 흐르듯 완만하게 사건이 전개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때마다 인물들간의 대사를 통해 앞뒤 맥락을 꼼꼼히 제시해 준다. 따로 동영상 등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게임 자체 비주얼을 갖고 중간중간 꽤 긴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도 한다. 퍼즐을 풀고 난 뒤 자동으로 진행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건의 내막을 하나씩 알아 가며 머리를 식힐 수 있다.

말하자면 미래 전쟁은 상황과 순간의 재미보다는 사건의 흐름과 구성에서 느끼게 되는 재미를 추구했고, 이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퍼즐 풀기 못지 않게 ‘스토리를 보여주는 화면’에도 공을 들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게임을 만든 엔진 이름도 그에 걸맞게 ‘시네마티크(Cinematique engine)’라고 붙여졌다.

아쉬운 건 그런 의도들이 이 작품 속에 성공적으로 녹아들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밋밋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다음 진행이 어찌될지 뻔히 보이고, 설명에 급급한 대사들은 장황하기만 할 뿐 재치가 부족하다. 흐름 속의 재미를 끌어내고자 했다면 이렇게나 평이하고 몰개성적인 구성으로는 역부족이 아닐까? 그렇다고 졸작이라고 말하기에는 특별히 튀는 단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만그만한 범작 정도라고 하면 될까?

■ 새로운 시도, 하지만…

어드벤처 게임을 많이 접해 본 이라면 이 작품의 인터페이스가 꽤나 독특하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직접 글자를 입력해 넣는 방식과 마우스 클릭 방식의 과도기쯤 되어 보이는 방식인데, 익숙해지면 꽤 효율적이다. 시에라나 루카스아츠의 작품들에서는 원래 직접 입력하던 명령어들을 모아 화면 한쪽에 아이콘으로 만들어 배열한 뒤 이를 클릭하고 화면상의 대상을 클릭해서 행동을 지정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마우스 오른쪽 클릭을 통하여 그 아이콘에 해당하는 명령어들을 메뉴 형식으로 불러낸다. 마우스 커서를 아이콘들이 있는 곳까지 끌고 가지 않아도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어진다. 이 방식은 델핀사의 다음 작품인 ‘스텔스 어페어(James Bond, Stealth Affair)‘에서 좀더 발전된 형태로 다시 등장한다. 참신한 시도다.

하지만 미래 전쟁은 인터페이스의 편리함을 상쇄하는 불만 요소들도 아울러 갖추고 있다.

만약 게임을 진행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과거 어느 시점에서 얻어야 할 아이템을 얻지 않고 그냥 지나쳐 왔다고 보면 된다. 퍼즐 자체의 난이도는 대단히 쉬운 편이라서 막힐 만한 부분이 거의 없다. 문제는 필수 아이템이나 대상이 화면 상의 점 한두 개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아 자칫 못 보고 지나치곤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지난 세이브 파일들을 하나하나 로드해 가면서 화면 구석구석 지루한 픽셀 헌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 과거의 장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템은 게임 진행 중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장소에 갔을 때에야 비로소 쓰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열심히 마우스 커서로 꼼꼼하게 화면을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상식적이고 싱거운 퍼즐, 그저그런 스토리의 게임을 하면서 픽셀들을 이 잡듯이 뒤져야 한다는 것은 별로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액션 부분들도 게임을 역동적으로 만들기보다는 공연히 등장하는 방해 요소로만 느껴질 정도로 어설펐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 취향에 따라 충분히 달리 평가될 수도 있는 요소일 것이다.

■ 글을 마치며…

출시 당시에 받았던 호평들에 비해 정작 게임은 너무 빈약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픽셀 헌팅을 강요한다는 점만 빼면 전체적으로 무난하기는 한데 특별히 빼어난 점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어드벤처 장르 처녀작으로서는 꽤 그럴듯한 출발을 했다는 점은 인정해 주어야 할 듯싶다. 아직 매끄럽지는 못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슬쩍슬쩍 보이는 그들만의 또다른 감각도 눈길이 가는 요소다. ‘스텔스 어페어‘를 거쳐 결국 ‘지중해 살인 사건(Cruise for a Corpse)‘이라는 독특한 수작을 일구어낸 그들만의 감각 말이다.

One Response

  1. Between the raindrops | 2006-11-23 at 10:57 pm

    시대를 앞서간 게임, Future Wars…

    Future Wars(1990, Delphine Software) Future Wars는 시간을 넘나들며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는 주인공의 모험담을 그린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1MB도 채 안되는 용량이었지만 당시 수준을 뛰어넘는 세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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