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Quest 2 (스페이스 퀘스트 2)

Space Quest 2, Vohaul’s Revenge

Space Quest 2
스크린샷: http://www.spacequest.net


장르: 어드벤처 (텍스트 입력 방식)
사양: PC / DOS, XT
만듬: Sierra
펴냄: Sierra, 1987
2002. 4. 19. saysix

 

스페이스 퀘스트는 시에라 어드벤처 시리즈 중 하나로 재치있는 유머와 부담없는 스토리로 인기를 끈 작품이다. ‘사리엔 인카운터(The Sarien Encounter)‘라는 부제를 달고 1986년 첫 작품이 나온 이래 1995년까지 모두 6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7편의 경우 1998년 출시를 목표로 제작하던 도중, 회사 방침에 따라 팀이 해체되어 버렸는데, 어드벤처 게임이 힘을 잃어가던 90년대 후반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 글을 쓰고자 하는 ‘스페이스 퀘스트 2(이하 스퀘2로 표기)’는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이듬해인 1987년 출시된 작품이다.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코믹한 장면과 대사가 곳곳에서 튀어 나온다.
 

■ 나, 아직 안 죽었다! – 보홀

전작에서 외계인 사리엔의 음모로부터 고향별 제논 행성을 구한 청소부(?) 로저는 모든 사람들의 영웅이 되었다. (물론 따지고 보면 ‘얼떨결’에 그런 것이지만) 사람들 앞에서 신나게 무용담을 이야기하고 TV 출연에 급기야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까지 찍기도 하는 등 목에 뻣뻣이 힘을 주고 살아가던 로저는 어느새 사람들의 관심이 식었음을 알게 된다. 대중의 관심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예전처럼 청소부가 되어, 역시 예전처럼 일 못한다고 구박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 때 우주의 또다른 한켠에 로저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보홀(Vohaul)! 전작에서 사리엔인들을 이용하여 스타 제너레이터를 훔친 뒤 가공할 무기로 이용하려 했었지만 난데없이 나타난 로저 덕분에 실패했던 인물. 그는 제논 행성인들에게 복수할 날만 손꼽으며 차근차근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느날 TV를 보던 보홀은 화면에 로저가 나와서 신나게 무용담을 이야기하며(사실은 허풍)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열이 오른다. (악당 캐릭터는 주로 다혈질이다) 곧이어 떨어지는 보홀의 호통.

“당장 저 놈 잡아 왓!”

제논인들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비뚤어진 야심가 보홀은 또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그리하여 로저의 두 번째 모험이 막 시작되는데…
 

■ 속편의 운명?

전작을 재미있게 즐겼기에, 정말 많은 기대를 갖고 스퀘2를 시작했다. 오프닝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음악도 반가웠다. EGA 그래픽 치곤 훌륭한 품질을 보여주는 화면도 볼 만했다. 게임을 진행해 보니 특유의 유머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나중에야 나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부족한 것은 ‘신선함’이었다. 이미 전작에서 한번 본 듯한 상황, 본 듯한 유머… 게다가 전작에 비해 오히려 떨어져 보이는 빈약한 스토리 구조.

이 작품만 따로 놓고 볼 때는 그런대로 잘 만든 작품이었지만, 전작과 아울러 보자니 참신함이 많이 떨어졌다. 원작만한 속편이 없다고 하더니 스퀘2도 바로 그런 모양새였다. 장면 하나하나마다 풍부한 패러디와 개그가 넘쳐나던 전작에 비해 그 부분도 많이 약화되어 있어 아쉬움을 더했다. 역시나 기획과 제작 기간이 너무나 짧았던 때문일까?

물론 전작을 즐기면서 갖게 된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실망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주목받은 원작의 속편이 겪는 운명이기도 하다. 속편은 원작이 이루어 놓은 이름값 덕에 일단 주목을 받게 되지만, 정작 원작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만큼 더 가혹한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스퀘2는 졸작인가 보다 하고 생각해 버릴 독자가 혹시라도 있을까 봐 한 마디 하자면… 스퀘2는 일단 그 자체로만 봐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이야기해 두고 싶다. 만약 스퀘2가 정말 졸작이라면? 아까운 시간 들여가며 이런 글은 쓰지도 않았다.
 

■ 전형적인 시에라 어드벤처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과거 어드벤처 게임의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지던 루카스 아츠(Lucas Arts)사와 시에라(Sierra)사의 어드벤처 게임은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루카스사가 주로 황당한 퍼즐과 상황의 제시, 절대로 죽지 않는 주인공을 특징으로 한다면, 시에라사는 서사적인 구조와 상대적으로 논리적인 퍼즐을 갖고 있으며, 별별 방법으로 툭하면 주인공이 죽는다.

스퀘2도 전형적인 시에라 어드벤처 게임이다. 때문에 꼼꼼한 세이브가 필수다. 시에라 어드벤처가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면(정확히 말하면 루카스 이외 많은 어드벤처 게임들이 그렇지만), 그때그때 아이템을 챙겨 두지 않으면 나중에 과거의 장소로 되돌아갈 수 없어 진행 불가의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항상 주변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만약 현재 상황에서 아무리 고심해도 퍼즐이 풀리지 않는다면 과거에 혹시 빠뜨린 것이 없나를 의심해 보아야 하는데, 이런 구성은 잘만 쓰여지면 간단한 내용을 갖고도 적절히 난이도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현재 상황만을 보는 좁은 시각을 벗어나 게임 전체 상황을 늘 염두에 두도록 하여 좀더 입체적인 궁리를 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퀘2는 이런 상황을 너무 자주 쓰고 있다. 많은 아이템이 지금 당장보다는 이미 그 지역에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서야 쓰이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무리 궁리하고 맞추어 보아도 퍼즐이 풀리지 않아, 과거의 세이브 파일을 하나하나 불러들이며 다시 주변을 살펴보아 빠뜨린 아이템이 없는가를 확인하는 시간이 게임을 진행하는 시간보다 더 많았다는 느낌이다. 정말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꼼꼼한 세이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이러다보니 플레이어는 차츰 지치게 된다. 어떤 아이템의 경우, 그것 하나를 찾아내는 데 세이브 파일들을 뒤적이며 석 달이 걸린 적도 있었다. (어떤 아이템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이제 이 게임을 해 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게임 내용 미리 말하기라는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될 테니까.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 내가 한 고생, 여러분도 해 보라는 놀부 심보다.)

게임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비영어권 플레이어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는데, 대부분의 텍스트 어드벤처들이 그렇듯,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 타이핑해 넣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아이템을 사용하려 할 때 “USE 아이템” 형식의 명령어는 통하지 않는 곳이 많다. 이렇게 입력하면 “좀 더 자세하게 말해 주세요”라는 메시지 창이 뜰 뿐이다. 만약 로프(rope)를 사용하려 한다면 “use rope(로프를 사용한다)”가 아닌 “tie rope(로프를 묶는다)”라 써야 하며, 던져서 쓸 물건이 있다면 역시 “use”가 아닌 “Throw(던지다)”라는 좀더 구체적인 동사를 써 주어야 한다. 퍼즐을 풀기 위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하더라도 실제 행동에 옮기려면 아마 한영사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난관은 극복해 낼 가치가 있다. 그만큼 게임의 재미는 충분하다. 만약 전작을 플레이해 봤다면 이 작품도 꼭 해 보아야 한다.
 

■ 글을 마치며…

텍스트 어드벤처는 어려울 것이라는 공연한 선입감을 많이 가시게 해 준 작품이었다. 역시 게임을 즐기는 내내 많이 웃을 수 있었으며 나중에는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게 되었다. 오히려 한정된 소수의 명령어만을 갖고 있는 마우스 기반 어드벤처에 비해 좀 더 자유로운 상상과 행동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전작은 리메이크된 작품으로 즐겼기에 마우스를 사용했지만, 스퀘2는 오로지 텍스트 입력으로만 진행되는 게임이라 시작할 때 조금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천재가 아닌 사람이 어드벤처 게임을 즐기는 방법, “잘 모르겠더라도 끈질기게 붙잡고 생각해라. 그러면 언젠가는 풀린다”는 진리가 여기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Responses

  1. Mystique | 2009-08-10 at 3:53 am

    처음 접했던 어드벤쳐일 걸로 생각됩니다. (apple시절에 이상한나라 엘리스(?)를 한번 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방법을 몰라서 바로 지웠지요.)

    위에 말씀하신대로 “스”로 시작하는 뭐 아이템을 놓고 와서는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거의 처음부터 다시해야 한다는 것과 또 뭔가를 놓고 왔을지 모른다는 충격에 다시는 어드벤쳐 게임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indie 게임중 ‘dirty split’이라는 어드벤쳐를 하고 거의 20년만에 어드벤쳐 게임에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space quest도 다시 해봐야겠네요.

  2. saysix | 2009-08-12 at 12:13 am

    Mystique / 제 게임 인생에 트라우마를 안겨 준 건 고인돌(Prehistorik)이었습니다. 점프하다 떨어지고 공룡한데 맞아 죽고.. 그 짓만 반복 반복. 반 년 동안 첫 레벨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삽질하다 어느날 불현듯 분노의 삭제를 당한 게임. Mystique님은 이제 충격을 극복하셨지만 저는 아직도 플랫폼 게임이라면 진땀을 흘립니다. 하이 클래스 액션치인 저 때문에 페르시아의 왕자께서는 공주를 구하는데 장장 5년의 세월을 소비해야만 하셨죠. 아아. 조금 더 끌었더라면 만나고 봤더니 이미 중년이라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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