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Quest VGA (스페이스 퀘스트)
Space Quest, The Sarien Encounter VGA

스크린샷: http://www.spacequest.net
장르: 어드벤처
사양: PC / DOS, 286 CPU
만듬: Sierra On-Line
펴냄: Sierra On-Line, 1991
2001. 10. 15. saysix
지금은 어드벤처 게임 장르가 많이 위축되었지만, 90년대 초반만 해도 주류였다 할 만큼 좋은 게임들이 많이 출시되었다. 이런 변화는 게이머의 취향이 변한 탓도 있겠지만 기술적인 이유도 컸다. 당시 컴퓨터 사양으로는 요즘 인기 장르인 실시간 전략이나 1인칭 슈팅 게임을 충분히 역동적으로 표현해내기 힘들었다. ‘듄2(Dune 2)’와 ‘둠(Doom)’에서부터 힘을 얻기 시작한 이들 장르들이 비로소 활짝 피어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을 넘기고나서부터다. 복잡한 내부 연산과 그래픽 요소를 소화해 낼 수 있을 만큼 일반적인 컴퓨터 사양이 높아진 시기이다.
한편 어드벤처 게임은 잘 짜여진 스토리와 구성을 핵심으로 하므로 상대적으로 높은 사양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픽 어드벤처 게임의 모태라 할 수 있는 80년대 수많은 인터렉티브 픽션(interactive fiction : 말하자면,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어드벤처 게임. 조크 시리즈가 유명하다)들이 구체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미스트(Myst)’ 출시 이후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역시 어드벤처 게임에 중요한 것이 상상력과 스토리라는 기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이 TRPG라는 실제 ‘대화 게임’에서 유래되었다면, 어드벤처는 종이에 씌어진 실제 ‘소설’이 뿌리라 할 수 있다. 이를 컴퓨터의 장점을 활용하여 상호 작용이 가능한 인터렉티브 픽션으로 발전시켰고, 여기에 그래픽과 마우스 인터페이스를 더하면서 요즘의 어드벤처 게임이 탄생한 것이다.
80년대에 킹즈 퀘스트, 스페이스 퀘스트, 래리 시리즈 등의 텍스트 입력 방식의 어드벤처로 한창 인기를 얻었던 게임 제작사 시에라는, 90년이 되자 여러 어드벤처 매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커다란 계획을 하나 발표한다. 지금까지 출시되었던 주요 퀘스트 시리즈들과 몇몇 어드벤처들을 새로운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로 리메이크하여 하나하나 다시 내놓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컴퓨터 사양의 발전에 발맞추어 새로운 유저들을 끌어들이고, 어드벤처 명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야심찬 시도였다. 지금 글을 올리고 있는 ‘스페이스 퀘스트 VGA’도 그러한 결과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각각 시리즈 1편씩만을 내놓은 채 이 계획은 취소되고 말았다.
■ 얼떨결에 휩쓸려 들어간 모험
통닭 모양의 우주선 아카디아호의 잡부 관리인인 주인공 로저 윌코는 갑자기 시끄럽게 울어대는 경보 사이렌에 놀라 옷장 속에서 뛰쳐나온다. 옷장 안은 별로 할일이 없어 늘 낮잠이나 자곤 하는 로저만의 편안한 휴식처였다. 나와 보니, 우주선 안은 초록색 악당 외계인인 사리엔(Sarien)의 공격으로 난장판이 된 상태.
아카디아호는 스타 제너레이터라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 기계를 완성하고 실험하기 위해 우주로 나온 터였다. 제논 행성의 태양이 점점 힘을 잃어가자 과학자들은 차갑게 식어 있는 별을 활활 타오르는 항성으로 바꿀 수 있는 장치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제 막 스타 제너레이터를 완성해 낸 참이었다. 하지만 그 장치의 군사적 효용을 간파한 사리엔인들이 이를 빼앗기 위해 공격해 왔던 것이다. 만약 스타 제너레이터를 무기로 활용한다면 상대편의 행성을 순식간에 파괴시켜 버리는 가공할 위력을 보여줄 것이다.
로저는 곧 자신이 이 우주선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스타 제너레이터는 이미 악당 외계인들에게 빼앗긴 상태. 이를 그대로 두면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될 터였다. 그는 쓰러져 죽어가는 한 과학자로부터 중요한 자료가 담긴 카트리지를 제논 행성에 무사히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은 아카디아호를 돌아다니고 있는 저 외계인들로부터 목숨을 건지는 일이 우선! 원래 바닥 청소하고 고장난 전구를 가는 잡일이나 하던 로저가 과연 제대로 일을 해 낼 수 있을까?
■ 한 편의 깔끔한 개그 드라마
처음 게임을 실행하고 오프닝을 볼 때부터 이 게임은 뭔가 심상치않은 조짐을 보여준다. 표제 글자가 갑자기 뚝 떨어져 건들거리고, 통닭 모양의 노랗고 통통하고 먹음직스럽게 생긴 우주선을 사마귀 모양의 초록색 우주선이 덮친다. 본 게임에 들어가도 황당하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줄을 잇는다. 덧붙이자면, 게임을 할 때 화면상 주인공과 멀리 떨어져 있는 주위 환경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은근슬쩍 아무렇지도 않게 황당한 장면이 연출되곤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축제 장면에서 불꽃놀이 폭죽에 맞아 추락하는 먼 배경의 어벙한 비행기도 못 보고 지나치기 쉬운 장면들 중 하나다.
게임 나레이터는 심심하면 자막 창을 통해서 플레이어에게 말을 건다. 거기서 그러면 안 된다느니, 잘 걷다가 왜 멍청하게 넘어지냐느니 하면서 사사건건 간섭을 한다. 한창 자막이 나오다 갑자기, “아, 그게 아니네.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설명하는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 나레이터와 함께 밉지 않은 면박을 받으며 유쾌하게 스토리를 이어나가게 된다.
메인 스토리와는 별 상관이 없지만 재미있는 물건들이나 상황들도 자주 보게 되는데, 로봇 판매점의 기가 막힌 패러디들은 가히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제패니메이션의 로봇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사실 단순하고 짧은 편이지만, 곳곳에서 만나는 개그들 때문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정말 상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 예쁜 그래픽, 쉬운 플레이
87년도에 만들어진 원작은 텍스트 직접 입력 방식과 EGA 그래픽의, 요즘 게이머에게는 다소 낯선 외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메이크작은 훨씬 화사해진 그래픽에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마우스 인터페이스를 채용하여 예쁜 2D 화면을 보여준다. 게임 용량이 커진 만큼 애니메이션 효과도 그런대로 봐 줄만 하다.
고전적인 어드벤처 장르라고는 하지만 곳곳에 액션 요소도 많이 보인다. 주어진 시간 안에 빨리 탈출해야 한다든지, 모래 행성에서 추적 로봇을 따돌려야 하는 장면 등에서는 마우스 조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원작에 비해 화려해진 애니메이션 효과와 함께 이런 요소들은 게임을 상당히 동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물론 플레이어는 이 부분에서 여러 번 죽어 보아야 할 것이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꽤 낮은 편인데, 텍스트 입력 방식으로 디자인했던 게임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직접 텍스트를 입력해야 할 경우, 적합한 명령어와 목적어를 상상해내는 일부터 골치아픈 문제가 된다. 하지만 마우스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이라면 수고가 줄어든다. 원작에서 적절한 난이도로 만든 게임이라면 리메이크작에서는 난이도가 많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이유라면, 이후의 어드벤처 게임들이 갈수록 영악해지는 게이머들을 상대하기 위해 꼬이고 꼬인 퍼즐을 제시하는 경향을 보여 주는데, 이 작품은 아직 초기 어드벤처로서 소박한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혹시 어드벤처 게임은 어려운 마니아 장르라 생각해서 멀리 하는 게이머가 있다면, 스포일러 없이 엔딩을 볼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어드벤처 게임으로 이 작품이 어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글을 마치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조금 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던 순간의 상큼한(?) 느낌이 아직 남아 있다. 게임은 이런 맛에 하는 것이 아닐까?
[...] pretty neat to read about the classic games of my youth in Korean. Here’s my translation of the author’s look back at the remake of Space Quest 1, one of the true games of my life. Today the adventure game genre [...]